[1279] [2023년 7월 6일 목요일] 내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효도(?) 5일 뒤가 친정어머니의 1주기다. 친정아버지가 마늘장아찌와 매실청을 사 드시는 걸 얼마 전에 여쭤봤을 때 알았다. 어머니가 건강하시던 시절에는 품질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함께 드셨다. 아빠 옆에서 돌볼 수 없는 딸이라 늘 신경이 쓰인다. 내가 반찬을 만들어서 택배로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강하게 거절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부엌데기인 것을 안타까워하신다.
새댁때부터 팔로우했던 요리의 황제님이 마늘장아찌 레서피를 올렸다. 6월 초에 나오는 햇마늘로 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넘겼다. 지난 주말 장을 보다가 뭔가에 홀린 듯 담금질용 유리병과 마스코바도 간장, 식초에 마늘까지 구입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담금질용 유리병 2개를 올해 초 엘리베이터에서 나눠줬다. 자, 또 샀다. -,.- 그래도 채반은 그대로 가지고 있던 것을 위로해야 하나?
화요일과 수요일 내내 마늘을 빻았다. 평소처럼 영화를 두 편 정도 보면 바로 다운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부생활 22년 만에 이렇게 까기 힘든 마늘은 처음이었다. 마늘이니까 평소처럼 물에 담가서 껍질을 부드럽게 하지 말고 마늘을 말려서 건조한 상태로 했어야 하나? 어쨌든 마늘을 다 까서 식초에 절였다. 아주 오랜만에 나온 마늘장아찌다.
일단 식초에 넣어놔야 하는데 마늘 색깔이 달라졌다. 저게 별로 안 좋은 사인 같은데 어떡하지?
마늘을 까는 동안 마치 마늘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매웠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각이라는데… 20분까지 하고, 20분 쉬면서 일했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1시간 이상 앉아서 일을 했을 텐데 그러기엔 아직 기운도 없고 무엇보다 근육이 금방 굳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런 작업 뒤에 늘 따라오는 근육 통증이 평소보다 적었다. 덕분에 하루종일 이틀이나 걸려서 겨우 마늘 한 알을 빻았는데…
목요일에는 황매화 10kg의 꼭지를 떼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했다. 어머니가 10년 전에 주신 항아리에 황매실, 올리고당, 갈색 설탕을 넣었다. 잘 숙성돼 내년 여름에는 아버지의 여름을 책임져주는 매실청이 되길 바란다.
채반은 그냥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었는데 그냥 몸이 움직였다. 이래서 습기가 무서운 것이다. 아픈 마음을 관조하지 못하고 사사사사 손을 놀리며 눈과 귀로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을 단번에 봤다.
생각을 비우지만 이런 단순한 작업이 좋다. 몸이 몹시 피곤하다. 내가 한 일이라 피곤하고 어지럽고 구역질이 난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올해는 이렇게 공을 들였는데 내년에는 깐 마늘을 사서 담가두자. 그런데 이렇게 가사노동에 시간을 다 쓰면 나는 언제 글을 써?
마늘장아찌 마늘장아찌 (끓이지않음) 햇마늘 양조식초 (사과식초 X, 2배 식초X) 양조간장, 설탕, 물 1. 햇마늘 까는… m.blog.naver.com
그 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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